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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혹은 슬픈 썰

키다리 아저씨 만난썰..3(아저씨 잘 지내시죠? 저 기억하시는지..)

by 썰푼공돌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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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아저씨를 만나 뵙다

아저씨를 만나뵙게 되면 후기를 올려달라는 분들이 많으셔서 글을 씁니다.

어제 아저씨께 선물로 드릴 넥타이를 예쁘게 포장해놓고, 아침일찍 일어나서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저씨가 부산에 업무가 있으셔서 오신다고 하셨고, 저도 KTX편만 구하면 시간은 좀 걸려도 부산이 편하고 해서 그곳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부산역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밖으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전화기를 들고계신 아저씨와 6년만에 마주쳤네요.

키가 크셔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단정한 머리에 캐쥬얼한 정장을 입고 계셔서 여전히 멋있으시더라구요.

우선 차를 타고 아저씨께서 예약해놓으신 광안리쪽 레스토랑에 점심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식사를 하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아저씨께서는 제가 자리를 잡았는지 물어봐 주시더군요.

아직 21살 밖에 안되서 사회생활이 많이 서툴지만 성실하게 살아왔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제 사원증을 꺼내서 수줍게 보여드리니까 정말 다행이라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어려운일이 닥쳐도 잘 극복하리라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지금 노무사로 일하고 계신다는 군요.

부산 근처에 있는 큰 도시에서 개업을 하시고 컨설팅 업무를 하시는 틈틈히 부당해고를 구제해주는 단체에 소속되셔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도 그 일때문에 부산에 오신거구요.

그리고 결혼하실 분도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오셨는데 함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회사에 컨설팅 해주는 일도 하시고 정말 열심히 사시는거 같더라구요.

곧 아기도 태어난다는^^

사실 제 마음속에는 아저씨로 기억되는데 만나뵙고 어떻게 불러야할지 몰라서 말을 흐리곤 했었는데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저도모르게 계속 아저씨라고 하게 되네요.

아저씨라는 말이 어른을 부르는 말이지만 제게는 왠지 포근하게 느껴져서 그런것 같아요.

아저씨께 넥타이를 드리니까 정말 기뻐하시면서 다음에는 꼭 메고 오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식사를 다 하고 오랜만에 학교도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부산대학교로 갔습니다.

그때 아저씨가 빵을 거의 한상자를 사오셔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던 놀이터도 많이 바뀐것 같다고 하시고, 예전에 사시던 원룸도 이름이 바뀌었네 하시며 추억에 빠져드셨는데

'같은 장소를 거닐더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추억은 달라요. 누구에게는 좋을수도 누구에는 나쁠수도 있는거죠, 하지만 그때 우리들은 타인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는 것을 배웠잖아요. ㅇㅇ이에게는 저의 호의가 저에게는 맛있는 소세지 같은 작은 것들을 통해서 말이죠.'

하셨는데, 정말 좋은 시 같기도 하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네요.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제가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해드리니 다시 한번 정말 잘 자라줬다시면서 앞으로 20대는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채우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저씨도 저도 내일은 출근을 해야 되서 6시간 정도 밖에 뵙지를 못했네요.

여름휴가때 한번 꼭 뵙자고 말씀드리니 그러자고 하셨습니다.

다시 아저씨 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돌아왔는데 예전에 제가 급하게 집으로 가는 바람에 차비도 챙겨드리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표를 끊고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사오셨더군요.

원래 촌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시며 주셨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제 동대구역을 지났네요.

아저씨 말씀대로, 15살때 부산대학교 앞을 당장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하며 처음 찾아왔지만

21살인 지금은 온정을 베풀어주신 분과 함께 힘든시절의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돌리며 다시 찾았던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추억을 소중한 분들과 함께 만드셨으면 해요.

저도 아직 어리지만 상처입은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네요.

그동안 댓글을 통해서 제게 전해주신 마음들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출처 :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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