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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혹은 슬픈 썰

키다리 아저씨 만난썰..(아저씨 잘 지내시죠? 저 기억하시는지..)

by 썰푼공돌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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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아저씨 잘 지내시죠? 저 기억하시는지..

제 개인사에 관한 글이라

익명으로 남김을 이해해 주세요.

벌써 6년 전이네요.

제가 중2때 새아빠의 폭력과

가족들의 무관심 때문에

가출을 했었어요.

일명 가출팸 곳을 전전하면서

나쁜 짓도 많이했고

오빠들이 생활비를 벌자고

강요한 원조교제에

힘없는 어린 저는 이기지못하고

몹쓸짓 까지 많이했었죠.

그렇게 떠돌아 다니다가

결국 부산의 사상이라는

곳 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아는게 몹쓴짓 밖에 없어

그곳에서도 원조교제를 하면

아저씨들이 잡아준 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었죠.

아저씨를 만났던건

2007년 여름이었습니다.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에서

버디로 만난 남자는

저와 잠자리만 하고

제가 씻고있는 사이에

도망쳐버렸죠.

대실만 한 상황이라

몇시간 뒤 쫒겨나서

무일푼으로 길거리를 해매고

있었죠.

마침 비도 내리는 날이라

작은 우산에 의지한채

한쪽에서 서럽게 울고있었어요.

그때 어떤 남자분이

'학생 무슨일이세요?' 하면서

묻더라구요.

아저씨였어요.

'길 잃어버렸어요? 부모님께 연락안드렸나요?'

하면서 묻는데

저는 어른남자들이 다정하게 말하는거

믿지 않았거든요.

또 제 몸을 원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저는 아저씨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배고파요 밥 좀 사주세요

저 하루만 재워주시면 안되요?'

하고 말했죠.

그때 대부분의 남자어른들이 보이는

안스럽다는 표정......

저는 그 표정 믿지않았어요.

아저씨는 근처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줬고

어려운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와 3만원을 제게 주고

가셨어요.

어린 저는 이걸로 이틀정도

버틸수있겠다고 생각하고

피씨방에서 잠을 청했어요.

곧 얼마 안가 그 돈이 떨어졌고

저는 남자어른들을 찾기위해서

버디를 하고있었는데

문득 아저씨가 생각난거에요.

지금생각하면 염치없는 짓인데

남겨준 연락처로 전화를 해서

밥을 사달라고 했죠.

아저씨는 시험기간이라서 그런데

혹시 내일 안되냐고 물으셨고

저는 너무 배가고프다고 했어요.

그러니 아저씨가 알았다고 하시며

혹시 장전동역으로 올수있냐고

물으셨고 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지하철에 몰래 타서

그곳으로 갔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아저씨는 20대 중반의 대학생이었어요.

중2 나이인 저에게는 어른이었기에

아저씨라고 계속 불렀죠.

그렇게 아저씨를 만났고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라면을

얻어먹었어요.

아저씨는 500원 더 비싼 치즈라면을

사주셨는데 아직도 그 맛이 기억이 나네요.

밥을 먹고 아저씨는 마트에서 먹을것을

잔뜩 사서 근처 놀이터에서

저에게

'차비를 줄테니

집으로 돌아가요. 부모님 걱정해요'

하며 두시간 넘게 설득을 하셨어요.

근데 저는 막무가내로

하루만 재워달라는 말만 했었어요.

집에가기 정말 싫었거든요......

계속 말을 나누다가

아저씨가 자기는 시험기간이니까

친구방에서 잘테니까

자기방에서 일주일정도

지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따라간 아저씨방.....

지금도 생각나네요.

화장실 딸린 원룸에

베란다에는 옷이 잔뜩 걸려있었고

책장에는 법률책들이 잔뜩 꽂혀있고

이불이 차곡차곡 개어져 있는 방이었어요.

'밥은 할줄 알아요?

반찬은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먹어요.'

하면서 아저씨는

밥을 해놓고 계란이랑 소세지를 사오셔서

냉장고 안에 채워 놓고 나가셨죠.

그렇게 일주일 정도,

아저씨는 책가지러 한번씩 들리셨고

밥은 잘 챙겨먹었는지

집에는 연락 해봤는지

물어보시고 가셨어요.

매일 밤샘을 하신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피곤하셨을 텐데

친구집에서 불편하게 주무셨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몇달만에 아니

초등학교때 이후 처음으로

따뜻한 밥에 마음편한 잠자리에서

잘수 있었어요.......

아저씨 시험 끝나시고

일주일 정도 그렇게 지내던 중에

집과 연락이 닿았고

새아빠는 또 나쁜짓을 해서

감옥에 들어가서

저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새아빠 나오면 못찾도록

서울로 급하게 이사가서

전화도 끊고 친척들과 연락도

안하는 사이

아저씨께 작별인사도 못하고

새벽일찍 떠나게 되었네요.

어린나이에 감사함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몰라

소세지에 계란을 입혀서

맛있게 구워 아저씨 드시라고

책상위에 올려놓고 간거

기억하시나요?

연락처도 잃어버리고

이름도 아저씨 무슨 소송법 책에

써놓은 성 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어른남자들에게 상처받기만 했던

그때......

저는 아저씨의 따뜻한 배려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방법도 몰랐고

그저 잠잘곳과 먹을것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만 했던것 같네요.

저는 검정고시를 치고

서울에 있는

실업계를 나와서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고등학교때 부산에 갈 일이있어

사실 아저씨 살던 곳에 가봤었어요.

장전동역, 놀이터, S마트, 제2도서관..... 

언젠가 꼭 한번 뵙고 싶어서

이름까지 적어두고 갔었는데

아저씨는 이사를 가셨는지

그 곳에 안계시네요.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아저씨 노트북에 있던

이 사이트였는데

아직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아저씨, 저 ㅈㅇㅇ이에요.

기억하시는지......

이제 서른살이 넘으셨겠네요.

걱정 많이해주셨는데

부침도 많았지만

이제 저도 어른이 되었어요.

그때 인사도 못드리고가서 죄송해요.

기억하시는지.......

책상위에 계란옷 입힌 소세지요......

어린나이에 제가 생각할수 있었던

감사의 표시였던 것 같아요.

가끔 부산 갈때마다 그 근처를

돌아봐요.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래요.

그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출처 :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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