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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빡침썰

할머니에게 반말한 썰...

by 썰푼공돌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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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70살 할머니한테 반말했어요

안녕하세요 전 올해 휴학하고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21살 여자입니다!
방탈 너무 죄송하고 제가 올 채널이 아니라는거 알고있지만 친구가 제가 잘못했다 그래서 정말 제가 예민했고 잘못했는지, 대부분의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려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됐어요.
긴 글이 될거 같은데 제가 글쓰는 기술이 부족해서 정신없고 두서없을 수도 있지만 감안하고 객관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편의점 알바 시작한지 두달 됐어요.
생애 첫 알바고 수요일 오전 파트인데 이 시간에 어르신분들이 공병 가지고 많이들 오세요.
전 공병을 편의점에 갖다주면 돈을 받는다는거 자체를 알바 시작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알바 첫날, 저는 혼자 손님 응대하랴 재고 정리하랴 정신이 너무 없었습니다.
아침이었음에도 제가 일하는 곳은 손님이 많은 편이어서 정말 쉴틈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병까지 받으려니 첫날에 저혼자 많이 애먹었었습니다.


첫 출근한지 몇분 안 돼서 정신없을때, 어떤 할머니가 오셔서 공병 30개를 체크 받으시고 가셨어요.
사장님께서 공병은 하루에 한사람당 30병만 가능하다고 매뉴얼을 전날에 알려주셨어서 저는 재량껏 몇개정도 오버해서 가지고 오시는건 눈감아드리고 해드렸지만, 또 오셔서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은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냈어요.


그런데 정신없게 일하고 있는 와중에, 아까 병 가지고 오셨던 할머니가 다시 오셔서 30개 가져왔으니 봐달라고 하셨어요.
그때 제가 물건 들어온거 정리하느라 너무 정신없었어서 얼굴을 미처 못 보고 해드리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얼굴을 보니 낯이 익어서 아까 병 가지고 오시지 않았냐고 했더니, 이번만 좀 해달라고 자기가 여기 사장이랑 아는 사이이며 빈 박스들 항상 챙겨가서 서로 얼굴 아는 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알바 첫날이라 뭣도 몰랐어서 사장님 지인이면 적당히 눈 감아주시나보다 라 생각하고 내키지 않았지만 이번만 해드리는거라며 다음부터 안된다 하고 해드렸습니다.
그렇게 끝난듯 했으나, 담배 정리 와중에 그 할머니가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인척 30병 해달라고 또 나타나셨어요.


그때부터 저는 그 할머니가 진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아까 오셔서 두번이나 봐드리지 않았냐고, 다른 두번씩 오신 분들은 그냥 돌려보냈는데 이러시면 안된다고 말했더니, 자긴 암환자인데 병원에서 이제 나왔다고 환자한테 무슨 말을 하는거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길래 제 변명일수 있지만 저는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그분을 상대하기가 너무 기빨렸습니다.
그래서 이번만 해드리는거라며 공병 확인해주고, 저 퇴근할때 쯤 오신 사장님께 여쭤봤습니다. 동네에 공병 가져오시는 어르신들 중에 아는 분 계시냐고요.
사장님은 아는 사람 한명도 없으니 다음부터는 받지 말라고 하셨고, 저는 이제 절대 해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얼굴도 가리며 사기치면서 바쁜 와중에 세번씩이나 다시 오신게 너무 괘씸했거든요.


첫날에 그 사건 이후, 제가 알바를 하고 있을때마다 그 할머니는 제가 출근할때쯤 공병내러 왔다가 꼭 네다섯 시간 뒤에 다시 오시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몇시간 지나면 제가 까먹었을 거라고 생각하는게 눈에 보였고, 그때마다 저는 아까 오셔서 안된다고 딱 잘라서 말했어요. 그러면 그 할머니는 항상 아까 안 왔는데.. 라며 중얼거리면서 머뭇거리며 가셨고요.
저는 그 할머니한테 첫날 이후 한번도 한번 이상 받아준 적 없는데도 꾸준히 오셨고, 언제 한번은 아예 상자 안에 정리를 다 한 상태에서 절 부르셔서 제가 안된다 하고 병 다시 정리하라고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다보니 저는 그 할머니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어요. 다른 편의점 가면 될것을 굳이 여기로 두번씩 오시는게 이해가 안 가기도 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지난주, 제가 새벽에 출근하자마자 그 할머니가 모자에 원래 쓰던 안경도 벗고 마스크까지 쓴 채로 병을 내러 오셨어요. 작정을 하고 왔구나 라고 생각이 될만큼 얼굴이 가려져 있었어요.
거의 눈밖에 안 보였지만 모자 아래로 보이던 머리 스타일, 키, 목소리, 눈매로 저는 단박에 그 할머니인거를 알아챘습니다. 속으로 진상 할머니 왔다갔다, 라고 출석 체크를 했고요.
역시나 10-11시쯤 다시 오셨는데, 새벽이랑 달리 모자를 벗고 안경 쓰고 옷까지 갈아입은 채로 와서 해달라고 하셨어요. 참 애쓴다고 생각하며 제가 아까 오셨잖아요 라고 하자마자 대뜸 반말을 하셨는데, 여기서부터는 대화체로 적을게요.



할머니: 아가씨 여기 공병 좀
나: 아까 오셨잖아요 안되세요
할머니: 내가 아까 왔다고? 씨씨티비 돌려봐 내가 왔는지 안 왔는지. 얘가 자꾸 두번 안 왔는데 두번 왔다 그러네 (씨씨티비 돌릴 권한 알바생에게 없고, 돌릴줄도 모르고, 돌려본다 해도 옷도 갈아입었고 거의 변장 상태로 왔어서 얼굴 안 찍힌거에 자신있어보였음)
나: (안 그래도 싫어하는 진상이 반말해서 빡침) 얘요?
할머니: (조금 움찔하더니) 이 아가씨가 유도리가 없네. 나 여기 사장이랑 아는 사이인데 이러면 서로 곤란하지. 내가 진짜 이럴려고 안했는데 사장님한테 연락할게요. 알바생 잘못 뽑았다고. (핸드폰 만지작 거리면서 문 활짝 연 상태에서 길막하고 서있음)


저는 정말 아는 사이인가 싶어 조금 겁도 먹고 아까 내가 착각한건가 싶어서 안에 있는 손님들이 다 나가시면 그냥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계산을 하고 있었어요. 얼른 공병 세고 보내고 싶었지만 사장님이 안에 손님 있는채로 나가면 손님들이 물건 훔칠 가능성이 있으니 손님 없는 상태에서 나가라고 하셔서 그럴수가 없었어요. 그 할머니는 계속 문쪽에 핸드폰 만지작 거리며 서있었고요. 그런데 손님이 두세명정도 또 들어와서 그분들 계산해주려니,


할머니: (핸드폰 손에 쥔채로) 내가 먼저 왔잖아. 나 먼저 봐줘야지.
나: 안에 손님 없어야 해드릴수 있어요
할머니: 내가 먼저 왔잖아. 왜 순서를 안 지켜? 아가씨 내가 지금 사장 번호 찾고 있으니까 딱 기다려.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서야 인생 살겠어?


손님들 다 있는데 그래서 저는 순간 너무 분하고 창피해서 눈물이 나올뻔했지만 꾹 참고 손님들 가신 다음에 공병을 받아줬습니다. 그 할머니가 가자마자 사장님께 전화해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 하니까 정말 진상이다 이러시면서 모르는 사람이니 다음부터는 받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매뉴얼에 어긋난다면서요.


제가 예민한 걸수도 있지만 저는 그 일이 있고나서 며칠동안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예 처음부터 얼굴 확인 똑바로 하고 받아야겠다, 또 반말하면 나도 같이 반말해야지 라고 벼르고 있는 상태에서 오늘 일이 터졌습니다.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오셔서 지난 주에 말다툼을 조금 한 여파가 있었는지 제 눈을 피하며 봐달라고 하셨어요. 다시 대화체로 쓸게요!


할머니: (눈을 피하며) 여기 공병 갖고 왔어요
나: 얼굴 확인 좀 할게요 마스크 벗어주세요
할머니: (당황하며 횡설수설) 아니 내가 지금 병원에 갔다와서 마스크 벗으면 안돼요
나: 얼굴 확인해야 해드릴수 있어요
할머니: (마스크 확 내리며) 야, 너 저번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두번 안 왔는데 맨날 두번 왔다 그러고. 내가 사장이랑 아는 사이니까 전화할거야.
나: (올게 왔다 싶고 너무 화나서 같이 반말) 아 그래? 지금 전화해봐 그럼. 내가 보는 앞에서 꼭 전화해서 나 바꿔줘. 내가 그동안 할머니가 한 짓 다 말할거니까. (그 와중에 공병 세러 나가서 채워진 공병들 가리키며) 이거야?
할머니: 그럼 그거지 다른거겠어? 나 지금 찾고 있으니까 딱 기다려
나: 그러던가. 꼭 전화하세요~


저도 흥분해서 기억은 정확히 안 나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졌고, 돈을 준 다음에 저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창고 안에서 물건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할머니가 다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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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핸드폰 나한테 보여주며) 야 여기 있지? 여기 보이지? 나 너 사장이랑 아는 사이라고 했잖아. 어린애가 싸가지 없이 칠십 먹은 노인한테 반말이나 찍찍 하고. 몇살이야?

나: (이때 너무 심장 떨리고 화나서 닥치는대로 내뱉은거 같아요) 할머니가 먼저 반말했잖아. 먼저 하길래 난 말 트자는줄 알았지. 할머니야말로 우리가 언제부터 안면 텄다고 반말이야? 그리고 사장님한테 전화해도 상관없으니까 꼭 전화해. 전화해서 그동안 두번 세번씩 공병 팔러 왔던거랑 나한테 먼저 반말했다는 얘기 꼭 하고.

할머니: (살짝 당황하며) 너 내가 진짜 전화할거야. 집구석에서 도대체 어떻게 널 가르쳤길래 칠십 먹은 할머니한테 반말해?

나: 할머니보단 잘 배웠고 나이 많은게 자랑이어서 좋겠다. 돈도 받았는데 얼른 나가. 여기 장사하는 데야. (할머니 나가라고 문으로 몰았는데 순순히 나가서 좀 놀랬음)


그 할머니가 나가고 유리문 통해서 살짝 보니까 진짜로 통화하는게 눈에 보였지만 저는 제가 먼저 잘못한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했지만 그동안 쌓여온 감정을 터뜨려서 시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말도 할걸 라고도 속으로 생각하며 친구들 단톡방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야 그정도면 말 엄청 잘했다, 사이다다, 고생했다 등 말을 해줬는데, 한 친구가


“너가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 그동안 그냥 눈감고 공병 받아줄 수도 있는거잖아. 그리고 할머니가 먼저 반말했다고 너도 같이 반말한건 좀 아니지 않냐? 쌈닭도 아니고.. 할머니가 충분히 너 버릇없다고 느낄만해. 너 계속 알바하면서 그런 일에 하나하나 반응하면 피곤해서 어떻게 살아? 다음주에 오시면 죄송하다고 해.”


라고 해서 친구한테 서운했지만 진짜 그런가..? 내가 너무 예민했나? 내가 그동안 잘못하고 있었나? 그냥 해줄걸 그랬나? 그래도 나이 든 할머닌데 내가 너무 심했던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인생에서 더한 일들이 많을텐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흥분했나 싶기도 해서 사과하기 싫지만 다음에 보면 사과해야되나 싶어요..ㅠㅠㅠㅠ


생애 처음으로 알바하는거기도 하고 이런 일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서 이렇게 글을 썼는데 인생 선배님들이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잘못을 했고 사과를 해야하는지, 만약 사과를 안해도 된다면 전 그 할머니 볼때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모두 코로나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추가글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오늘의 판이 돼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댓글들 다 봤는데 제 예상대로 어르신께 반말한건 잘못했다는 어른분들이 계시네요.

변명을 하자면 첫날 제외하고 두달 동안 두번째 왔을 때부터는 안 받아줬는데도 꾸준히 오는거 참아왔고 변장하면서까지 오는게 질려서 참고 참다가 쌓인게 한꺼번에 터져서 반말을 하게 된거 같아요. 사기치시는게 하루이틀도 아닌 할머니를 그저 연세가 있으시다고 공경해야하는 이유도 모르겠고요.

따뜻하게 말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찝찝했던 기분이 조금 풀린거 같아요. 사장님께서도 진상 손님 오면 그냥 싸우라고 하시는 분이라 따로 말씀 없으시구요. 쓴 조언들도 달게 받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단단해질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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