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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_결혼&이별_이혼썰

피임약 먹고 명절 준비하라는 남편 썰..

by 썰푼공돌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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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명절준비를 위해서 피임약이라도 먹었어야 한다고 화내는 남편

짧게 본론만 쓸게요.
제가 정말 잘못한건지 봐주세요 ㅠㅠ

작년 10월에 결혼하고 이번이 첫 명절인 새댁입니다.

지난달 크리스마스가 낀 주말에 제가 생리가 터졌어요.
생리통이 워낙 심해서 타이레놀로도 진정이 안되는터라
그 주말도 하루종일 집 안을 굴러다녔습니다.
그 때 '아 담달에 설 전에 생리 시작하려나 명절음식할 때 생리통 있으면 안되는데ㅠㅠ' 그랬더니
남편이 지나가듯 하는 말로 '예전에 어디 놀러갈 땐 생리날짜 맞춘다고 피임약 먹은 적도 있잖아. 걱정되면 다음달엔 약 먹어' 라고 했었어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번달에 하필 생리 시작이 늦어서 딱 목요일 밤에 시댁 가는 길 차 안에서 생리가 시작됐어요.
급한대로 집에서 챙겨간 타이레놀을 입에 털어넣어도 전혀 생리통이 진정이 안됐구요
금요일에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전만 수십장은 부쳤구요(재료손질부터 전부), 밤 9시까지 탕국 끓이고 나물 무치고.... 그러는 동안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식은땀이 뻘뻘 나고 음식하는 중간중간에 방에서 10분씩 누워있다 나오는걸 몇번 했어요.
어머님께서 조금 못마땅해 하셨지만 제가 몸이 정말 안 좋아보이셨는지 딱히 싫은소리는 안하셨습니다. 남편은 평범한 한국남자라서 그냥 하루종일 티비보고 누워있다가 옆에 가끔 와서 전 주워먹고 갔어요 ㅠ

첫 명절이라고 시외가까지 인사다니다가 일요일 아침에서야 친정에 겨우 왔는데, 생리한 지 3~4일 지나서 그런지 생리통은 거의 없어져서 친정에선 평소처럼 지냈습니다. 근데 이게 남편 심기를 건드렸나봐요ㅠㅠ

오늘 집에 돌아와서 아까 불 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이 조금 화난 목소리로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여기서부턴 생각나는대로 대화체로 쓸게요.

남편 - 야 넌 친정 가니까 갑자기 안아프더라?

나 - ?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남편 - 너 우리집에선 음식하면서 얼굴에 죽을 상을 해가지고 울 엄마가 너 엄청 눈치보던데 왜 친정갔을 때는 괜찮냐고

나 - 그 땐 아팠고 친정에서는 안 아프니까 그렇지

남편 - 아 하필 설 직전에 생리가 터져서? 시댁 있을 땐 아파서 일도 못하고 드러누워서 시어머니 부려먹더니 친정가니까 안아프다 이거지?

나 - 오빠 말을 뭐 그렇게 꼬아서 해? 생리가 그날 터진게 내 잘못이야? 배아픈게 내 잘못이야? 그리고 내가 무슨 시어머니를 부려먹어?

남편 - 내가 가만히 못본척 하고 있어서 모를줄 알았지? 너 음식준비하다 말고 방에 들어가서 놀다 나오는거 내가 다 봤어. 울 엄마는 일하는데! 결혼하고 첫 명절부터 넌 그러고 싶냐?

나 - 놀다 나온게 아니라 진짜 잠시 쉬고 나온거야.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팠냐고

남편 - 니가 진짜 생각이 있는 며느리였으면 미리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나 - 아 뭔소리야 진짜 무슨 생각이 있으라는건데

남편 - 어디 놀러다닐 땐 좋다고 피임약 먹어서 생리날짜 미루는거 했으면서, 왜 명절엔 피임약 안 먹냐고 묻는거야. 너는 시댁이 놀러가는 거보다도 못한 곳이야? 명절준비가 쉬워보이냐?

나 - 놀러갈 땐 물에 들어갈 일이 있고 여행할 때 피곤하면 안되니까 생리 미루는거고, 이번에 내가 생리는 안 미뤘어도 음식준비하는건 다 했잖아 뭐가 문제야

남편 - 그러니까~ 여행은 그렇게 중요해서 생리 미룬다고 약 먹으면서~ 왜 이번엔 안 그랬냐고~

나 - 말이 안 통한다 말을 말자

이러고 서로 등돌리고 잤는데 ㅠㅠ 너무 화가 나서 계속 잠 못자고 뒤척이다가 글써봅니다.
제가 생리통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놀기만 한 것도 아닌데, 조금씩 쉬긴 했어도 어머님이 시키는거 다 했는데.. 그리고 그러는동안 정작 신랑은 티비만 봤으면서 ㅜㅠ 억울하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진짜 여행간다고도 생리를 미루는데 명절이면 시부모님 뵙고 음식준비하는거라 더 중요한거니까 진짜 생리를 미뤘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 근데 그렇게 피임약을 쉽게 먹고싶지도 않고 ㅠㅠ 너무 혼란스러워요

평소에 알콩달콩 신혼생활 한다고 생각했는데
첫 명절부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움이 나니까 너무 우울하고 ㅠ 왜 명절증후군이라는게 생기는지도 알 것 같고 ㅠ

제가 정말 잘못한건가요? 다음명절부터는 생리날짜 미리 체크해서 피임약 먹으며 명절에 방해안되게 신경쓰는게 맞는걸까요... ㅠㅠ

추가글

글을 너무 많이 읽어주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ㅜㅜ 따뜻한 조언 위로 질책 전부 고맙습니다 ㅠ 시간 되는대로 계속 읽어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구요.

그런데 페이스북에 퍼가고 그러시는 분들은 도대체 뭔가요? 남편이 혹시 알고 더 화낼까봐 심장이 콩닥콩닥합니다 남편 화나면 정말 불같이 날뛰면서 흥분하는 사람이에요 ㅠㅠ 더 이상 글 퍼가지 말아주세요 ㅠ 글 여기저기 퍼져서 제가 아는 사람이 눈치라도 챌까봐 무섭습니다.

어젠 퇴근도 둘 다 늦은데다가 냉전상태로 서로 말 안 하고 보내서 특별한 일은 없었구요 남편과 해결 잘 되는대로 후기 올릴게요 사이다 후기 들려드리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솔직히 댓글에 써있는대로 남편한테 욕하고 큰 소리 칠 자신은 없어서 ㅠㅠㅜㅜ 아무튼 현명하게 잘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 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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