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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_결혼&이별_이혼썰

아내가 먹는 걸 아까워 하는 남편 썰..

by 썰푼공돌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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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남편이 제가 먹는 걸 아까워합니다.

연애 3년 결혼한 지 6년된 38살 주부입니다. 결혼 전에 고등학생 아이들 수학 과외를 주로 했었고 같은 과외 알선 업체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남편과 만나 결혼했습니다.
남편과는 연애하는 동안 싸운 횟수가 열번이 안될만큼 잘 맞았습니다.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으면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남편의 생각이 어른스러워보였고 인생의 동반자로 더할나위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사치하지 않고 제 생일 기념일만큼은 꼬박꼬박 정성을 다해 챙겨주고 제가 준 선물은 진심으로 아끼고 소중히 다루어주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결혼하고 얼마전까지도 연애할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둘다 술을 못해서 사이다 한잔 놓고 서너시간씩 웃고 떠드는 날도 많았습니다. 둘다 일이 너무 늦게 끝나서 함께 하는 시간은 아주 길진 않았지만 저희는 행복한 부부였습니다. 시댁도 친정도 아무 문제 없는 평화로운 부부.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인공수정을 준비하기 위해
제가 일을 그만두면서 남편이 변했습니다. 이 사람은 제가 먹는 걸 정말 치떨리게 아까워 합니다. 간식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초코파이나 커스타드 파이를 사다놓는데 저녁에 오면 갯수를 세어봅니다. 저는 간식을 안 먹어서 손님이 올때만 간단한 다과를 내어놓곤 했는데 갯수를 세어본 남편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 과일만 내놓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신랑이 좋아하는 반찬을 제가 한입 먹거나 제가 좋아하는 반찬을 여러번 먹으면 그거 다 먹을 거냐, 반찬값 좀 아끼자, 음식이 헤프다 등등 조근조근 타박을 줍니다.
마트에 가서 식료품 외에 제가 먹는 요구르트 같은 것을 담기라도 하면 카트를 미는 손이 거칠어지고 숨을 몰아쉽니다. 외식이라도 하면 다른 메뉴를 시켜 나눠먹는데 제가 한입 먹을 때마다 인상을 씁니다.
수입이 적어져서 그러나 싶어 엄마와 의논해서 결혼 전에 모아 드렸던 적금을 가져와 생활비에 보태 보았지만 남편 태도는 여전합니다. 시어머니나 엄마가 주신 반찬을 먹어도 그러는 걸 보면 제가 먹는 걸 아까워하는 게 확실합니다.
일을 그만둔 지 네 달이 된 지금은 너무 노골적으로 기분나빠해서 반찬도 아주 조금 밥도 반공기만 먹습니다. 내 집에서 내가 한 밥을 먹으면서 배를 곯아야 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고 비참합니다. 이 사람이 나를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맞나 싶어요.
음료수 한 잔도 아까워할까 싶어 밤에 대화하는 일도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피곤하다며 그냥 일찍 자버립니다. 서너번 정도 카톡이나 문자로 제 마음을 이야기해 보았지만 그렇게 느껴진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먹는 걸 아까워 하는 건 아니다, 나도 내 표정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먹는 것 외에는 떨어진 제 화장품도 사다주고 봄 자켓도 새로 사라고 상품권 건네주고 그럽니다. 하지만 냉장고에 요플레 하나도 맘편하게 먹을 수 없으니 그런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식탐도 없고, 자기몫만 먹으면 배부르다며 수저 놓는 사람입니다. 연애 때도, 결혼한 후에도 제가 식사량이 적은 걸 마음아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요?? 이것도 정신적인 병일까요? 상담이라도 받아보자고 권해보았지만 남편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억지로 데려갈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 낮에 친구를 만나 밥을 먹을 때 친구가 닭도리탕이 맛있다며 제게 살코기는 왜 안먹느냐고 물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남편하고 밥먹을 때 눈치가 보여 국물만 떠먹던 게 나도 모르게 버릇이 된 것 같아 비참하고 슬프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 사람을 어찌해야 할까요. 다시 일을 시작하고 저 사람 태도가 바뀐다면 저는 남편을 진심으로 증오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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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글

걱정해 주시고 조언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질책해 주신 분들도 물론 감사합니다.
급격히 살이 쪄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혼 전 165에 48키로, 지금은 49키로입니다. 입이 짧은 편이라 식사량도 많지 않고 식사 외에는 과일도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살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자존감이 없냐, 자격지심 아니냐는 분들께 해명하자면 지난 세월 동안 서로 사랑하고 아꼈던 기억 때문이라는 답답한 말씀을 드려야 겠네요. 처음에는 설마 했었고 한 달쯤 지난 후에는 아닐거야 했었고 두어달 지난 후에는 이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그랬습니다. 지금은 도대체 왜 그러나! 어떻게 하면 제정신을 차리는 건가! 그러고 있네요.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다 먹으라는 분들도 계셨는데 남편이 인상쓰고 있으니 눈치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밥맛이 뚝 떨어집니다. 뭘 먹어도 맛이 없어요. 즐겁지 않게 밥을 먹으니 자꾸 체하고 그래서 더 조금만 먹게 되었습니다.
이혼하라고 조언해 주시고 아이는 미루라는 분들...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는 남편의 정자 활동성이 적고 저는 생리불순이라 난임이에요. 양쪽이 다 문제라 인공수정을 준비한 건데 미루고 이 결혼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격지심 걱정해 주신 분들..저희는 원래 식사할 때 대화를 많이 하고 쇼핑할 때는 재잘재잘 떠들면서 이건 맛있겠다 저건 비싸구나 이러던 부부였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 젓가락을 험악하게 쳐다보고 인상을 잔뜩 쓴 채로 쇼핑을 하네요.
먹는 것에 상처가 있는 것 아니냐던 분들, 시어머니가 전업주부 아니였냐는 분들 감사합니다. 시댁이 워낙 멀어서 어머님과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한번 여쭈어 보아야 겠습니다. 거기서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 설마 계속 이럴까 싶어서 저녁만큼은 함께 먹었는데 오늘은 그냥 혼자 차려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모두 조언해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남편 생각하면 입맛은 없지만 저 자신을 먼저 사랑해 주고 싶어서 많이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이제 저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오늘 남편이 퇴근하면 다시 일을 하겠다고 말하고, 지난 넉달간 남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접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행복하려고 함께 사는 건데 이 상태로는 도저히 행복할 수도, 저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용기를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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