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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빡침썰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사람은 다 죽는다고 말하는 친구 썰..

by 썰푼공돌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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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사람은 다 죽는다는 친구

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방탈 죄송합니다
판에서는 결시친이 가장 활성화된 게시판이고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해서 글 올립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구
저는 당사자 둘의 친구입니다
둘 모두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b가 많이 밉네요
솔직히 저희 모두 b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b에게 글을 올리겠다고 미리 말했고 링크를 공유해서 댓글도 같이 볼 거예요

저희는 초중고를 같이 나온 동네 친구입니다
초중 때는 각자 무리가 달랐고 서로 얼굴 알고 인사 정도 하는 사이?
중3때 우연히 저랑 c d가 같은 반이 되어서 급속도로 친해졌고
각자 친하게 지내던 a b e까지 합류? 해서 여섯 명이서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학교가 갈라져서 전보단 덜했지만 꾸준히 연락했고
수능 끝나고는 졸업 여행도 다녀왔고요
대학을 다닐 때도 방학에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여행도 가면서 계속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사회인이 된 지금도 계? 같은 걸 하면서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파티 같은 것도 해요 종종
알고 지낸지는 이십 년이 넘어가고
친하게 지낸지도 거의 십오년이 다 되어가요
그간 아예 싸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들 오래 알기도 했고
서로 천성 자체가 크게 악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참고로 저와 a c d는 기혼이고요
b는 미혼
e는 올해 10월 결혼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난 8일 친구 a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원래 조금 편찮으셨는데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으셨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다들 충격이 큰 상태였어요
저랑 c는 결혼 후 휴직 중이라 본가로 내려가서 장례 준비를 도왔습니다
올해들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못 보고 카톡만 하다가 간만에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구요
쓰러지신 이후로 병원에 계시는 사흘을 아무것도 못 먹었는지 진짜 미라처럼 말라있는 게 너무 속상해서
셋이 껴안고 엉엉 울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3일장 진행 중에 e가 새벽에 잠깐 다녀갔고
해외여행 중이던 d는 참석하지 못했어요
(d는 a랑 둘이 한참 통화도 하고 이후 산소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b는 오지 않았어요
회사 일이 바쁘다구요
그래서 a가 굉장히 섭섭한 티를 냈습니다
e도 굉장히 바쁜 상황 (디자인 관련 직종 종사)이었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간을 쪼내서 새벽에라도 왔으니까 좀 비교되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장례식이 끝나고 저랑 c가 먼저 서울로 올라왔고
a는 본가에서 마음을 좀 추스른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제 a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장례식 도와줘서 고맙다구요 밥 한 번 사겠다고
오랜만에 모이는 거고 밖에서 만나면 불편할 것 같아서 저희 집에서 다같이 모여서 놀기로 했어요
애기는 남편이 친정에 데리고 가 있겠다고 해 줘서
어제 약속을 잡고 만났어요
나름대로 이것저것 배달도 시키고 거실에 둘러앉았는데
아무래도 있었던 일이 일이니 만큼 마냥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유독 a가 아버지한테 많이 예쁨을 받기도 했고 저희도 오래 뵀지만 놀러 갈 때마다 항상 너무너무 다정하시고 좋으신 분이셔서 좀 침울했어요
솔직히 우리 아빠 생각도 많이 나고
돌아가신 외삼촌 생각도 나더라구요
고맙다고 하는 와중에 결국 a가 눈물이 터져서 다들 조금씩 흐느끼는 와중에 b가 한 말이 가관인데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대요. 산 사람은 살아야지 오랜만에 모여서 장례식 뒷모임? 장례식 뒷풀이?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순간 정적이었다가 저랑 c가 무슨 말을 그렇게하냐고 먼저 말했어요
괜히 a가 말하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질까봐요
근데도 b가 너무 당당하더라구요
자기가 틀린 말한 건 아니지 않냐고 처음부터 아빠가 없는 사람도 있는데 왜 굳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까지 유난이냐고 (b의 부모님이 오래 전에 이혼하셔서 아버지가 안 계심, 연락처도 모름)
그 말 듣고 a가 엉엉 울면서 니가 사람이냐? 네 아빠가 없다고 남 아빠도 다 죽어 마땅하냐 이런 식으로 소리를 질렀고
b도 비슷한 맥락의 말로 싸우다가 그냥 가버렸어요
그래서 애매한 분위기 속에 있다가
a가 저희한테 사과하고
전부 괜찮은 척 옛날 이야기하고 좀 괜찮아지나 싶던 찰나에
b한테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한차례 더 싸웠는데
저희 모두다 b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b 본인은 잘못이 없대요
그동안 아빠 없는 본인을 a가 지속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요

b의 입장은 이러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생사도 모르는 상태
중학생 때 친해지고 나서 본인의 사정을 말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a가 아빠 자랑을 하는 게 꼴보기 싫었음
아빠가 없어서 상처받을 수 있는 본인을 배려해 줘야 하는데 안 해 준 것은 큰 잘못임
요즘은 남편 손잡고 입장하는데 (결혼 입장) 본인이 a에게 그걸 권유했음에도 굳이 보란듯이 아버지랑 신부 입장한 것도 본인에게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행동 같음
a의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 낭독한 것도 불편함
+d는 신랑이랑 입장하지 않았느냐? (참고로 d의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아버지 당신이 직접 신랑과 입장하는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저랑 c는 아빠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한 척은 안 해서 상관이 없음(저와 c의 아버지는 무뚝뚝하셔서 이야기거리가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일하셔서 저희 길러주신 멋진 아버지들입니다)

근데 b의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a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안 계세요
초등학교 졸업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a집엔 딸만 둘 (a가 첫째)인데
a아버지가 감수성 예민한 여자애들이 혹시 새엄마 때문에 상처라도 받을까봐 여자친구 한 번 안 만드시고 혼자 a랑 a여동생 정말 열심히 키우셨습니다
저희가 엄마 이야기할 때 a는 아버지 이야기를 한 것 뿐이에요

어제 엄마가 오므라이스를 해 줬어
어제 엄마가 머리핀을 사 줬어
하면 a도 자연스럽게
어제 아빠랑 동생이랑 산책했어~

이런 식으로요
그럼에도 본인 상처 받은 일만 주장하니까 저희는 어이가 없어요
괜히 본인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저희가 a편만 드는 건
이간질하는 a 때문인데 그래서 a가 너무 밉대요
이제 아빠가 죽었으니까 a도 본인이 받았던 상처를 느꼈으면 좋겠대요
저희가 a 아버지를 오래 봐서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거라고요 역지사지를 못한다고 하는데
저희로써는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이게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a가 잘못한 부분이 있나요 정말?
저희 모두가 a아버지와 친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걸까요?
시간이 짧지 않을 만큼 너무... 속상하네요
자르듯이 연을 끊어낸다는 것도 생각하면 이것저것 떠오르는 게 많구요

어떡하면 좋을지 객관적인 문제가 어떤 건지 좀 알려 주세요
달아 주시는 댓글은 모두 읽어보고 서로 잘못한 점이 있으면 반성하고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이트판 게시판]

추가글

많이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굉장히 많이 달렸는데
그중 저를 질타하는 댓글도 보이네요
변명하자면
저 혼자서 b와의 관계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보다 하실 수 있겠지만
오히려 a 빼고 나머지 친구들이 연을 끊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저희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눌 수밖에 없으니까요
a는 그래도 b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중입니다
어제 글을 올리고 나서도 저랑 한참을 통화했어요
a 본인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아버지랑만 자라서 부모님 한 분이 안 계시는 비참함과 자격지심에 대해 안대요
종종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엄마 이야기를 하면 일부러 더 아빠 이야기를 했던 것도 있대요
물론 그게 b를 저격하려던 의도는 당연히 아니었고 너희에게 엄마가 계신 것처럼 나에게도 엄마처럼 챙겨 주시는 좋은 아빠가 계신다 하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b가 정말 너무 너무 밉지만 그간 그렇게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갈팡질팡하는 와중이었던 거예요
아무튼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b에 대한 해명을 조금 추가로 적어보자면
15년을 가까이 친하게 연을 이어온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말 큰 탈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종종 꽁했던 일은 있어도
지금까지 결혼식 때나 돌잔치 등에 단 한 번도 네이트판에 흔히 올라올 법한 사건이 없었고요
아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는 아기를 매정하게 방치하거나 하는 사이코도 아니에요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조금 섬뜩하고 무서웠지만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거의 20년을 얼굴 아는 그 시간동안 본 b는 아주 악한 친구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도 이번 일로 거리를 두게 될 것 같고
그러다보면 연락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글과 댓글을 읽었고 서로 번갈아가며 통화를 많이도 했습니다
일단 저희 다섯 명 모두의 공통된 의견은 이렇습니다
인연을 정리할 때 하더라도 b에게 심리 상담을 권유해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점차적으로 거리를 두더라도 b에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외면하지 않을 거예요
저희의 인생 반절은 b와 함께였고
저희 모두에게 b를 없던 사람처럼 지워버리는 일은 큰 스트레스고 고통일 것 같다는 판단이에요
사이다 후기가 아니어서 죄송합니다만
a와 저 그리고 친구들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에요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으니
남은 다섯이라도 앞으로 잘 보듬으며 행복하게 친구로 지내보려고 해요

이 글이 주작이라는 분들
남의 죽음과 슬픔을 주제로 이런 글을 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부터가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어요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외에 댓글 달아 주신 분들 진심으로 걱정하고 따듯한 조언을 해 주신 분들 긴 글을 읽어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이제 한 주의 시작을 막 지났는데
다들 힘내시고 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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