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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_결혼&이별_이혼썰

반반 결혼에 혼수 브랜드 정해 리스트 준 시댁 썰... 후기...

by 썰푼공돌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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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oreatime.tistory.com/261

 

반반 결혼에 혼수 브랜드 정해 리스트 준 시댁 썰...

원제목 : 혼수 브랜드까지 정해서 리스트 준 예비 시어머니+시이모 진짜 하다하다 어이가 없어서 판에 글까지 씁니다. 남부끄러워서 주변 사람들한테는 하소연도 못하겠네요. 제목 그대로에요.

boreatime.tistory.com

결론만 딱 말씀드리자면 파혼했습니다.

 

화요일에 아빠가 친구분들과 술 약속으로 조금 늦게 들어오셨는데
제가 혼수 리스트라며 예비 시댁에서 보내줬다고 보여드리니
취했던 술이 다 깬다며 뭐 이런 되먹지 못한 집안이 다 있냐고 역성내시더라구요.

 

저희 아빠가 남동생 나중에 결혼할 때 준다고
2년 전에 경매로 아파트 하나를 싸게 사두셨던 게 있었어요.
그게 지금 시세가 4억이 넘는데 남동생도 제가 이런 꼴 당하니까 화가 잔뜩 나서
그 집 누나 이름으로 해주라면서 대신에 저한테 집 댓가로 받을 거 다 받아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장녀라 저희 집에서 첫 결혼이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몰랐던 것도 있고
저희 부모님도 혹시 귀하게 키운 딸이 남의 집에서 시집살이라고 고생할까 봐
남친 모자라는 부분까지 채워줘가며 더 해주시려고 하셨던 것도 있는데
남친 집에서는 저희 집의 이런 호의를 호구로 봤나 봅니다.

 

댓글보고 부가설명 드리자면 화요일에 회사가 서로 그렇게 먼 편이 아니라서 점심 때 잠깐 만났는데
그 때 갑자기 남친이 헤어질쯤 혼수 리스트랍시고 종이를 준 거라서
다시 회사로 들어가봐야 할 때라 어떻게 제대로 된 대응도 못했네요.
눈앞에서 받자마자 쫙쫙 찢어줬어야 하는 건데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파혼한 거 가슴 속에 담아두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리고 신혼집의 경우에 시이모 되실 뻔 했던 분이 아는 분 빌라가 있다면서 소개하셨어요.
2008년도에 신축한 20평대 빌라인데 사람이 한 번도 안살았었다고 하셔서 계약하려고 했는데
혹시 모르니 계약금 1000만원만 남친 돈으로 주고 계약 확정은 안지어놨었어요.
12월 결혼 예정이어서 11월에 계약하려고 미뤄뒀던 건데 참 다행이다 싶어요.

 

그리고 이전 글에 남친이 저보다 월급이 10~15만원 정도 더 많다고 했는데 그건 월급 기준이고
상여금, 인센티브 합치면 연봉으로 봤을 땐 제가 조금이나마 더 높습니다.
남친은 상여금만 받지만 저는 상여금에 인센티브를 따로 받을 수가 있거든요.

 

남친은 6500만원 모아놔서 5천만원 집값에 쓰고 1500만원 남은 상황이었고
저는 4300 모아놨는데 집값은 집에서 5천 보태주셔서 전부 남아있는 상황이었어요.
부모님이 빚 안고 시작하는 거 보기 싫으셔서 3천 더 해주시려고 한 거 제가 면목이 없어서 거절했구요.
제가 악세서리 별로 안좋아서 예물로 서로 반지만 하자고 했었어요.
그래서 막상 제가 모은 돈은 하나도 안썼으니 어차피 같이 살면서 쓸 거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1000만원 전후로 혼수 해가려고 생각했던 거구요.
참... 멍청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화요일에 글 쓰고나서 그 리스트에 있는 제품들을 일일이 다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근데 진짜 뒷목잡을 일은 20평대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는 상황에
가전이 전부 브랜드 제품인 건 둘째치고 전부 최신식, 초대형으로 써놓은 거에요.
지* 860L짜리 양문형 냉장고에 요새 이승기랑 차승원이 광고하는 508L짜리 김치냉장고까지
20평대 빌라에 신혼 부부가 살 건데 무슨 저런 냉장고를 2개나 들이나요?
둘 다 맞벌이 하는데 집에서 밥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저런 걸 들이겠어요?
거기다 에어컨도 검색해보니 빌라에 큰 방이 2개있는데 거실에 하우* 18평형 스탠드 에어컨에
방 2개에 각각 6평형 벽걸이 에어컨까지 3멀티 에어컨이더라구요.
안 그래도 빌라는 춥다는데 아예 얼어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저희 집이 40평대 아파트인데 18평형 에어컨 달고 시원하게 잘만 사는데
시댁될 뻔한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집 평수대로 에어컨 해야 하는 줄 알았나 봐요.
거기다 원래 각자 집에서 쓰던 컴퓨터랑 노트북 다 있는데 컴퓨터랑 노트북도 새로 들여놓게 하고
별 쓰모도 없어보이는 홈시어터에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있더군요.
홈시어터가 뭔지나 알고 넣은 건지, 에스프레소 한 번 마셔나 보신 건지 모르겠네요.
20평 겨우 넘는 집에 그 가전, 가구 다 집어넣어놓고 어디 사람 들어갈 자리나 있겠어요?
예단으로 보내라는 김치냉장고는 조인성이 광고한다는 김치냉장고던데
아직 냉장고도 일문형 냉장고 쓰고 있으면서 김치냉장고만 최신식으로 들여놓으면
집이 삐까뻔쩍 해지는 줄 알았던건지.
진짜 다시 생각해도 열이 받네요.

 

남친은 카톡 확인 한걸로 되어 있는데도 답도 없고 전화도 계속 안되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답장이 왔어요.
남친 - 원래 혼수로 얼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 1000만원 전후. 하루 종일 전화 왜 안받는데. 전화로 해
그제서야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정중하게 사과하고 반반한다고 하면 받아주려고 했습니다.

 

제가 이 리스트 이거 뭐하자는 거냐, 오빠 눈엔 이게 다 필요해 보이냐고 했더니
엄마랑 이모가 써준 거라면서 대충 훑어봤는데 다 필요해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오빠 눈엔 3멀티 에어컨, 홈시어터, 에스프레소 머신 이딴 게 다 필요해 보였냐
근데 왜 오빠네 집엔 에어컨, 홈시어터, 에스프레소 머신 없고 냉장고도 아직 일문형이냐니까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냐고 반반 하자는 게 지금 하고 싶은 말 아니냐고 짜증을 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 혼수가 들어갈 만한 집이면 최소 30평은 되야 할텐데
군소리 없이 이 혼수 다 넣고 예단까지 제대로 해줄테니까
빌라든 아파트든 그 정도 평수로 대출없이 집 한 채 사오라고 했더니
집 살 수 있으면 진작에 샀지 지금 장난하냐고 도리어 저한테 화를 내더라구요.

 

그래서 그게 싫으면 내가 지금 4억짜리 아파트를 내 이름으로 해갈 수도 있는데
오빠가 이 리스트대로 혼수 채워오고 예단 집값의 10%로 4천만원 보내라고 했더니
1000만원으로 혼수 할 수 있냐고 저한테 되려 묻더라구요.
내가 1000만원 혼수로 쓸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빠한테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꼴을 보면 모르냐고
아님 지난 1년 8개월동안 혼수로 1000만원 생각했는데 1500만원 들 것 같다고
내가 지금 큰일 앞두고 이렇게 얼굴 붉혀가며 감정 상할 소리할만한 사람으로 보였냐고 했더니
자기는 그런 쪽에 문외한이라 얼마 정도 하는지 잘 몰라서 그런대요.
그럼 가전은 저렇게 신상으로 가득 채우고 가구는 싸구려로 하면 이상하니
아예 가구까지 싹 다 최고급으로 맞출 생각하고 넉넉하게 혼수로 4천 준비하라고 했더니
그럼 3천 대출받으려고 했던 걸로 혼수하면 되겠다고 답 찾은 것 마냥 굴더라구요.
정말 지치고 화도 안나서 그럼 결혼하고 3천 빚 혼자 갚을 거냐고 했더니
내가 더 많이 갚기는 하겠지. 라고 하구요.
이게 무슨 소립니까? 자기가 더 많이 갚긴 하겠지만 저도 갚긴 갚아야 한단 소리잖아요.

 

그래서 그냥 우리 파혼하자, 전세계약금은 오빠 돈이니 오빠가 알아서 처리해라
내가 신혼여행, 식장, 예물 가계약 취소하고 위약금 물어주고 반 돌려주겠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한테 다 들릴 정도로 한숨을 크게 쉬더니
그거 혼수 좀 해오랬다고 파혼 소리까지 나오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좀이냐고, 그럼 그 좀 되는 혼수 반반으로 하자니까 싫어서 파혼 소리 나오게 만든 게 누군데
지금 그런 소리를 입 밖에 내냐고 했더니 엄마랑 상의해보고 다시 연락준답니다.
그래서 오빠네 엄마랑 상의를 하던지 말던지 나는 결혼할 생각 없으니까 그리 알라고 하고 끊었어요.

 

근데 웃긴 게 정말 엄마랑 상의를 한 건지 무려 새벽 2시에 전화가 왔더라구요.
남친도 아닌 시어머니 되려던 분이 건 거였어요.
화가 나서 어차피 잠은 안 자고 있었지만 그 시간에 전화가 오는 걸 보니
정말 어디까지 무례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전화받으니까 다짜고짜 절 교육을 시켜야겠으니 만나야겠다고 하시길래
퇴근하고 보는 게 좋겠다고 그 이후로 시간, 장소 알려달라고 했더니
낮에 집으로 찾아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직장인이라 회사 나가야 하니 낮 시간엔 안되고 집으로 찾아가는 건 싫다고 했더니
지금 인륜지대사 앞두고 그깟 회사가 중요하냐고 하길래
어차피 안할 결혼 마무리 짓는 것 때문에 평생 다닐 회사에 해 끼치고 싶지 않다고 하고
저 만나고 싶으시면 6시 이후에 회사 근처로 찾아오시라고 하고 휴대폰을 꺼버렸어요.

 

질질 끌고 싶지도 않고 저는 남친이나 어머님이 어떻게 나오든 파혼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식장, 신혼여행 취소하고 위약금 물고 예물 가계약도 전부 취소하고 나서
남친한테 식장, 신혼여행, 예물 다 취소했고 반 돌려줄테니 계좌번호 보내라고 했어요.
제가 화가 나서 그냥 한 말이지 정말 파혼할 거라고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지
바로 전화와서는 이게 무슨 소리냐고 제정신이냐고 하면서 점심 때 회사 앞으로 찾아오겠다고 하길래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이것저것 처리할 거 많아서 바쁘니까
볼거면 회사 끝나고 당신 어머니 모시고 한꺼번에 만나자고 했구요.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상황 설명하고 파혼하게 됐다고 했더니
남자 동료들까지도 그런 집이 다 있냐면서 차라리 잘된거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구요.

 

회사 끝나고 연락 온 장소로 찾아갔더니 남친, 어머님, 이모님 다 같이 있길래
잠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차라리 한 꺼번에 상대하고 깔끔하게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저 자리에 앉자마자 뭐가 그리 급하신지 바로 본론 꺼내셨구요.
시어머니 "뭐가 맘에 안드냐? 하루종일 발품 팔아서 고른거니 이것보다 괜찮은 거 없울거다.
가전이라는 게 10년씩 쓰는 거고 큰 돈 들어가는 거니까 한 번 살 때 제대로 된 걸 사야해서
나중에 애기 낳고 살림 커지고 이사갈 것까지 생각해서 고른거다"
저 "저는 이 혼수 리스트라며 보내주신 걸 보니 저희가 쓸만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요.
가전 오래 쓰는 걸 제 나이 정도 된 사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지금 당장에 집도 빌라에 전세고 거기에 빚까지 안고 시작하는 입장에
10년 후까지 내다보며 사치스럽게 시작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혼수로 이정도 쓸 돈 있으면 대출 안받고 집 구하는데 돈을 더 썼을 거에요.
그리고 발품 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시는 것 같은데 발품 팔았다고 하는 건
매장 하나 들어가서 그 매장에 있는 가장 최신식, 최대 사이즈 제품 고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시어머니 "그게 정 마음에 안들면 예단만 보내고 너희 살림은 알아서 해라.
나야 예단 안받아도 상관없는데 주변 사람들 눈이 있으니 그 정도는 하는 게 너한테 좋을 거다"
저 "상견례 때 이미 마무리 된 것 같은데 이제와서 예단 얘기는 어불성설이죠.
주변 사람들 눈은 신경 쓰이시고 당장에 며느리가 되서 한 가족이 될 사람이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는 신경이 안쓰이시나봐요.
저는 집값으로 정확하게 반 보태고 거기에 대출까지 같이 갚아야 하는 마당에
시댁으로 예단 보내고 초호화 혼수해가면서까지 결혼할 마음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오가니까 조금씩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같이 나오면서 서로 말도 제대로 안 맞춘건지
남친은 예단 안해도 된다, 혼수 반반하겠다, 집 대출금은 자기 혼자 갚겠다고 하고
시어머니는 예단만 해라, 혼수는 니 맘대로 해라 하고
시이모는 전세계약금 못 돌려받는거니까 같이 대출금 갚아가면서 살아라
다들 저 하고 싶은 말들만 내뱉더라구요.
마지막이라도 제 부모님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아 예의 갖추고 싶었는데
점점 들으나마나 한 소리만 계속 되풀이하니 저도 짜증났습니다.

 

딱 한가지만 말하자면 저는 아파트 한 채를 대출없이 사온다고 해도 결혼할 생각 없으니까
일하느라 피곤한 사람 의미없이 붙잡지 마시고 그쪽에서 해야할 정리는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서
남친한테 우리 집에서 너한테 말 나오는 일 없도록 내가 마무리 지을테니
오빠도 오빠네 집에서 나한테 말 나오는 일 없게 오빠가 마무리 지으라고 하고 그냥 나왔어요.
집에 들어와보니 그새 시어머니가 저희 집에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에요.
저희 아빠가 받으셔서 그 댁 아드님은 저희가 1억 넘게 돈을 들여 살만큼 대단하지 못한 것 같으니
다른 여자 찾으시라고 했다고 말해주시더라구요.
남친은 계속 저 쫓아와서 미안하다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하는데 저는 마음 돌릴 생각 없구요.
어제도 하루종일 전화하고 집앞으로 찾아와서 기다리고 하더라구요.
오늘 아침에도 수시로 전화가 오길래 계속 연락하면 전화번호 바꾸겠다고 했더니 연락은 없구요.
언제까지 이렇게 피곤하게 쫓아다닐지 모르겠지만 저는 다시 이 남자를 만날 생각이 없습니다.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는데 수요일에 갑자기 제가 맡고 있던 클라이언트한테 문제가 생기면서
어제까지 제가 너무 바빠져서 후기가 늦어졌어요.
댓글도 제대로 확인 못해서 150개 정도 달렸을 때 확인하고 못했는데 어젯밤에 확인해보니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네요. 하나하나 전부 읽어봤습니다.
이렇게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같이 화내주실지 몰랐는데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후기는 꼭 써야 할 것 같아서 올려요.
부모님도, 친구들도, 직장 동료들도, 이렇게 댓글들도 파혼하는 게 낫겠다고 해주니
차라리 잘된거라고 내가 제대로 행동한 거라는 위안이 들어요.

 

사실 파혼하면 많이 힘들 것 같고 주변에서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그런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저처럼 파혼이 무서워서 참고 결혼하려고 하시는 분 계시다면...
남은 인생이 걸린 일이니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길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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